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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진짜로 조조로 보러 갈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밤을 새고 보니 '지금 자면 또 밤에 일어날것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일찍 자든가 -_-) 그래서 거의 충동적으로 예약을 하고 명동으로 출발했다. 극장은 '명동CQN', 영화 제목은 '안녕, 쿠로'.

명동CQ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극장이다. 작년 4월, '린다 린다 린다'를 관람하면서 처음 찾았었는데,  규모가 큰것도 아니고 스크린이 큰것도 아니고 딱히 특출난건 없는 극장이었지만 왠지 그 분위기가 좋고 그곳을 찾는 관객들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일본 인디영화를 국내에 많이 소개해줘서 마음에 든다. 근데 관객이 매번 그렇게 적은데도 극장 운영이 가능할까? 내가 걱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오래오래 그자리에서 일본영화들을 소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번에 본 영화도 총 관객이 12명이었는데 5명을 빼고는 전부 혼자 영화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혼자 영화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명동CQN은 최선의 선택이다 :) )

'안녕, 쿠로'는 CQN 홈페이지를 통해 대강 강아지가 나온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보러 갔었다. 원래 영화 보기 전에 줄거리라든가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들을 알고 보는걸 별로 안좋아해서 영화소개 프로그램이라든가 영화잡지 같은건 잘 안본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충동적으로 보러 간것들인데, 신통하게도 그렇게 보러간 영화들이 대부분 내 코드랑 맞았었고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본 '안녕, 쿠로'도 마찬가지. 여타 일본 인디영화들이 그렇듯이, 그런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루하게 느낄수도 있을것같긴 하다.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는 강아지의 명연기가 단연 눈에 띈다. 얼마나 연기를 잘하던지 참 신통하기도 하고 귀여웠다. 아마도 영화 촬영을 위해 훈련을 받았겠지? 츠마부키 사토시가 나왔던 영화중에 내가 실망했던 영화는 없었던것 같다.(몇개 안봤지만...) 이번에 본 '안녕, 쿠로'도 마찬가지. 그리고 CQN에서 봤던 영화중에도 내가 실망했던 영화는 한편도 없었다. 영화에 대한 느낌이나 평가는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기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나는 매우 만족했다는 사실 :) 궁금하면 극장에 가서 관람하시기를...

'안녕, 쿠로'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윤동주님의 '서시'가 낭독된다. 그것도 일본어로. 일본 영화에서 '서시'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돌아와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원래 그 순간에는(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리스의 서정시가 낭독되었다고 하는데, 감독은 극구 그장면에는 윤동주님의 '서시'를 낭독해야만 한다고 했단다. 왜 하필 윤동주님의 '서시'를 써야만 했을까? 감독이 옆에 있다면 한번 물어보고싶다;; 진정 윤동주님의 '서시'가 좋아서 넣었다면 제대로 번역된 시를 낭독해야함이 옳을텐데...이미 제대로 번역된 시가 일본에도 소개된 시점에서 제대로 번역되지 않은 버전의 시를 영화상에서 낭독했다는 사실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어쨌거나 영화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보는 내내 비마타이거와 우리 광운대학교 학생들이 생각나더라 :)

'안녕, 쿠로' 국내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farewellkuro

* 참고자료 : [새영화] 순수한 매력 지닌 '안녕, 쿠로'(매일경제)
                 윤동주 '서시' 일본어 번역본 오류 있다(한겨레신문)
                 日영화속 윤동주 ‘서시’, 흐뭇하지 않은 이유(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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