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감독 이충렬 (2008 / 한국)
출연 최원균, 이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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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각종 영화제 수상,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워낭소리'.
자주 가던 극장들에서 봤던 포스터나 전단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며칠 전 인터넷에서 봤던 5분여의 영상을 보고 나서 '개봉하면 꼭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이 개봉일이어서 보고 왔다.

학원 끝나고 곧장 '광화문 씨네큐브'로 달려갔는데, 10시 30분인줄 알았던 영화 시작 시간이 알고보니 10시 40분이었다.(표는 미리 어제 밤에 예매 해놨었다) 시간이 좀 남아서 관람하러 온 사람들을 둘러봤는데, 역시나 혼자서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아서 좋았다.(나도 혼자 갔으니까)
그 중에는 나이 어린 아이와 함께 온 아주머니도 몇 분 계셨는데, 참 보기 좋았다.

사실 영화 내용 자체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5분짜리 동영상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총 플레이 타임은 78분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게 전부라면 굳이 극장에 가서 볼 필요 있나'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나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보는 재미를 생각하면 관람료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 정보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이다. 나레이션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다큐멘터리이다.(이 글의 아래에 첨부되어 있는 작품 소개 영상에는 나레이션이 들어가 있다.) 평생을 농사일을 하며 보내고 있는 할머니/할아버지, 그리고 그들과 함께 30여년을 함께 해 온 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통 소의 수명이 15년인데, 작품 속 소는 40여년을 살아왔다고 하니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가 끄는 수레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보니 집이더라'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들으니, 이미 소는 그들과 하나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그곳을 보며,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잊어가던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지, 이삼순 할머니가 오래오래 그곳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생을 일만 하며 힘들게 보낸,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버린 최원균 할아버지의 소가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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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많지 않으므로 사전에 상영하는 영화관이 어디인지 알아두는 것이 좋다.
2009년 1월 15일 현재 서울지역에서만 개봉 했고 해당 영화관은 '씨네큐브, 하이퍼텍 나다, Cinus 이수, Cinus 이채, 인디스페이스, 시네마 상상마당, 아트하우스 모모' 이다.
1월 19일에는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개봉 예정이고,
1월 22일에는 서울 'CGV 강변/압구정/상암', 부산 'CGV 서면', 인천 'CGV 인천', 경기도 'CGV 오리'에서 개봉 예정이다.
그리고 1월 29일에는 광주 '광주극장'에서 개봉 예정이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들과 극장에 들러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위에 나열한 영화관 외에 공동체 상영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영화관에서 상영 계획이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동체 상영에 관한 정보는 워낭소리 공식 블로그에 올라오니 참고하기 바란다.
워낭소리 공식 블로그 : http://blog.naver.com/warnangsori

그리고 혹시라도 아직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작품 소개 동영상을 첨부한다.

24, 25일에 너무 많이 잔 탓인지 밤을 꼬박 세고 난 뒤, 회사에 좀 일찍 출근 했다.
전철 안에서 요즘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는 '해변의 카프카'를 보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논현역까지 가버렸다. 약간은 몽롱한 상태에서 책을 봐서 그런가. 평소에는 그런적이 없는데.
어쨌거나 다시 반대쪽 플랫폼으로 넘어가서 전철을 탄 뒤 학동역으로 돌아갔다.

회사에서 단 한순간도 졸지 않고 열심히 일을...한건 아니고, 여느때처럼 일 1%에 웹써핑 99%를 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니 금요일 밤을 이대로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렛 미 인'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혼자.
영화 예매를 하러 예매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상영하는 영화관이 단 한곳 뿐이다.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내에 위치한 영화관이다. '아...하필이면 여대 안에 있는 영화관이라니...'
그래도 오늘 난 꼭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예매를 했다. 8시 10분, 퇴근하고 바로 가면 넉넉할 것 같은 시간이다.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키자 나는 재빨리 짐을 챙기고 퇴근부를 체크 한 뒤 학동역으로 달렸다.
학동역에서 7호선 전철을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이대역으로 갔다.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쯤...좀 어정쩡한 시간이다.
어쨌거나 처음 가보는 영화관이라, 뭔가 먹고 느즈막히 가서 헤매느니 우선 영화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대 정문을 통과했다. 이대 내부를 돌아다니는건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어디로든 가보자고 생각하고 계속 걸었더니 뭔가 굉장히 거대한, 모세의 바다(?)를 연상하게 만드는 건물(?)을 발견했다.
사실 사진으로 '아트하우스 모모'가 위치한 건물을 본적이 있긴 하다. 왠지 그곳이 맞는 듯 하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가봤다. 내부는 굉장히 거대하고 복잡했다. 어안이 벙벙해서 어쩔줄을 몰랐지만, 역시나 '계속 가다보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참 무모하다)
한층 내려갔더니 엘리베이터가 보이길래 엘리베이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지하 4층에 영화관이 위치하고 있는건 미리 알고 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위에 붙은 '지하 4층'표지판. 문득 '여긴 지금 어디고, 난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하 4층까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좀 헤맸다.
그러다 겨우겨우 영화관을 찾고 미리 예매해뒀던 영화표를 찾았다. 시간을 보니 7시 50분 정도.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아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 '학교 안에 편의점도 있구나...'(레스토랑도 있었다...)
어쨌거나 편의점에 들어가서 평소 즐겨마시는 커피우유를 구입 한 뒤, 다시 영화관 앞에 놓인 벤치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우유를 다 마실 때 쯤 어떤 여자분 두 명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때문에 무슨말을 하는건지 못 알아들었다. 속으로 '사이비종교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설문지 작성을 해달란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얼굴에 드러나는건가...그런 사람들이 유난히 잘 붙는다.
어쨌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설문지를 작성해줬다. 설문지를 작성하는 중간중간에 뭐라고 말을 한 것 같은데, 무슨말을 한건지 모르겠다.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영화관은 아담하면서도 스크린이 큰 편이었다. 그렇기때문에 사이드에 위치한 좌석에서는 영화 화면 전체를 보기가 좀 버거웠다.(내 자리가 사이드쪽이었다)
내 뒷자리에는 여자분 두 분이 앉아있었는데, 내 바로 옆자리 바닥에 장갑을 떨어뜨렸었나보다, 영화관 직원이 지나가는걸 보더니 주워달라고 했다. 바로 앞에 내가 있는데, 말 하면 어련히 주워주지 않을까.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좀 기분이 나빴다.
전 날 밤을 세서 그런지 영화 보는 중간중간 정신을 잃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고 몇초간 정신을 잃은 건 아니고, 극히 짧은-찰나같은- 순간이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광화문 씨네큐브'와 마찬가지로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기 전에는 영화관 내부의 전등을 켜지 않았다. 그 점은 무척 맘에 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 갈 때 몇 몇 사람들이 영화관을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렛 미 인' 전단지를 하나 챙겼다. 오늘부터 보는 영화는 전단지와 영화표를 파일철에 보관해두기로 했으므로.
분명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버스를 타고 집에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없이 걷다가 전철역까지 들어가 개표를 해버렸다. 다시 나갈 수도 없으니 이대로 집까지 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해변의 카프카'를 펼쳤다.
책을 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열차가 '시청'역에 도착했다. 나는 충동적으로 전철역을 빠져나와 명동까지 걸었다. 명동까지 가는 길에 남대문 지하도로 들어갔다. 왠지 그곳에서 죽는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MP3P에서는 '중경삼림' OST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남대문 지하도를 무사히 살아서 빠져나온 나는 26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옆자리에는 굉장히 맘에 드는 스타일의 여자분이 앉았다. 나는 잠시 말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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