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있었던 일이다.

편의점에서 새벽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두 눈을 반짝이며 힘을 내라고 말해주기 위해 다른 친구와 함께 그 편의점으로 놀러 갔다.
두 눈을 반짝이며 힘을 내라고 말해준 뒤 간단히 요기를 떼웠다.
오늘따라 바쁜건지 항상 바쁜건지 알 수 없지만, 유난히 바빠보였다.
심심한 나머지 다른 친구와 함께 편의점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술취한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터벅터벅'.
그러더니 한마디 하신다.
"어린 학생들이 담배 피우면 쓰나~"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아저씨 우리에게 시비 걸러 오셨구나.'
그래서 나는 한마디 했다.
"아저씨 저 대학생인데요."라고.
그랬더니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대학생~? 그래, 1학년 정도 됐겠네."
나는 생각한다. '맙소사.'
그래서 한마디 했다.
"아저씨 저 스물일곱살인데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
"뭐? 그렇게 안보이는데..."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한마디 한다.(사실 이 때 주민등록증을 꺼낼까 하다가 참았다.)
"아저씨 진짜 스물일곱살이예요~!!!"
그랬더니 아저씨께서 하시는 말씀.
"아...그래...난 또...학생들이 어려보여서 몰랐네~ 미안하네~"
나는 생각했다. '하하하하하 아니예요 아저씨 감사해요...하하하하하'
나는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어르신들께서 학생들 걱정해서 담배 피우지 말라는 말씀 하시는건 당연하죠. 죄송합니다."
라고.
그랬더니 아저씨는
"아니야. 아니야. 학생들이 너무 어려보여서 내가 그랬네. 미안해, 미안해."
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이 아저씨, 은근 재밌었다.
말투가 내 고향쪽이랑 비슷하길래 물었다.
"아저씨 전라도 사람이죠?"라고.
아저씨는 말씀하신다.
"어~ 맞는데~ 학생은 어디야?"라고.
나는 말했다.
"저 광주인데요~"
아저씨는,
"아~ 나는 저~어기 전라북도야. 고창. 복분자로 유명한 고창~"
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아, 고창이요? 알죠 당연히~"
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다짜고짜
"학생들 뭐 먹고싶어~? 여기(편의점) 들어가서 먹고싶은거 골라"
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정중히
"아저씨 저희 방금 여기(편의점)서 먹고 나와서 배 안고파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한술 더 떠서.
"그럼 치킨 한마리 시켜줄까? 나 요 앞에 치킨집에서 치킨 시켜놓고 술 사러 왔는데, 학생들도 한마리 먹어"
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랬더니 아저씨께서는 주머니 속을 주섬주섬 하시다가 돈다발을 꺼내어 그 중 2만원을 나에게 내민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면 힘들다고, 자신도 대학 다니는 자식이 있어서 우리 부모님들 많이 힘드신거 안다면서 계속 2만원을 내 손에 쥐어주신다.
"아저씨 괜찮아요, 마음만이라도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아저씨께서는 어른이 주는건 받는거라며 끝까지 쥐어주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아들고는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아저씨는 "우리가 또 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몸 건강히 잘 지내"라고 말씀하시며 편의점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아저씨께서 주신 2만원 중에 만원을 친구에게 주고 만원을 지갑 속에 넣었다.

처음에는 그냥 술 취해서 시비 걸러 오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저씨인데, 생각과는 달리 정도 많고 괜시리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조금은 마음이 쓰라렸다.
난생 처음 이상한 경험을 했지만, 나름 갚진 경험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아저씨를 어디선가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다음에 또 뵙게되면 제가 술 한잔 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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