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5일에 너무 많이 잔 탓인지 밤을 꼬박 세고 난 뒤, 회사에 좀 일찍 출근 했다.
전철 안에서 요즘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는 '해변의 카프카'를 보다가 그만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고 논현역까지 가버렸다. 약간은 몽롱한 상태에서 책을 봐서 그런가. 평소에는 그런적이 없는데.
어쨌거나 다시 반대쪽 플랫폼으로 넘어가서 전철을 탄 뒤 학동역으로 돌아갔다.

회사에서 단 한순간도 졸지 않고 열심히 일을...한건 아니고, 여느때처럼 일 1%에 웹써핑 99%를 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니 금요일 밤을 이대로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렛 미 인'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혼자.
영화 예매를 하러 예매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상영하는 영화관이 단 한곳 뿐이다. '아트하우스 모모'. 이화여대 내에 위치한 영화관이다. '아...하필이면 여대 안에 있는 영화관이라니...'
그래도 오늘 난 꼭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예매를 했다. 8시 10분, 퇴근하고 바로 가면 넉넉할 것 같은 시간이다.

시계가 6시 30분을 가리키자 나는 재빨리 짐을 챙기고 퇴근부를 체크 한 뒤 학동역으로 달렸다.
학동역에서 7호선 전철을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탄 뒤 이대역으로 갔다.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쯤...좀 어정쩡한 시간이다.
어쨌거나 처음 가보는 영화관이라, 뭔가 먹고 느즈막히 가서 헤매느니 우선 영화관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대 정문을 통과했다. 이대 내부를 돌아다니는건 처음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어디로든 가보자고 생각하고 계속 걸었더니 뭔가 굉장히 거대한, 모세의 바다(?)를 연상하게 만드는 건물(?)을 발견했다.
사실 사진으로 '아트하우스 모모'가 위치한 건물을 본적이 있긴 하다. 왠지 그곳이 맞는 듯 하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가봤다. 내부는 굉장히 거대하고 복잡했다. 어안이 벙벙해서 어쩔줄을 몰랐지만, 역시나 '계속 가다보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걸었다.(참 무모하다)
한층 내려갔더니 엘리베이터가 보이길래 엘리베이터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지하 4층에 영화관이 위치하고 있는건 미리 알고 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위에 붙은 '지하 4층'표지판. 문득 '여긴 지금 어디고, 난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지하 4층까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좀 헤맸다.
그러다 겨우겨우 영화관을 찾고 미리 예매해뒀던 영화표를 찾았다. 시간을 보니 7시 50분 정도.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아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 '학교 안에 편의점도 있구나...'(레스토랑도 있었다...)
어쨌거나 편의점에 들어가서 평소 즐겨마시는 커피우유를 구입 한 뒤, 다시 영화관 앞에 놓인 벤치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우유를 다 마실 때 쯤 어떤 여자분 두 명이 나에게 말을 건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때문에 무슨말을 하는건지 못 알아들었다. 속으로 '사이비종교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설문지 작성을 해달란다.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얼굴에 드러나는건가...그런 사람들이 유난히 잘 붙는다.
어쨌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때문에 설문지를 작성해줬다. 설문지를 작성하는 중간중간에 뭐라고 말을 한 것 같은데, 무슨말을 한건지 모르겠다.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영화관은 아담하면서도 스크린이 큰 편이었다. 그렇기때문에 사이드에 위치한 좌석에서는 영화 화면 전체를 보기가 좀 버거웠다.(내 자리가 사이드쪽이었다)
내 뒷자리에는 여자분 두 분이 앉아있었는데, 내 바로 옆자리 바닥에 장갑을 떨어뜨렸었나보다, 영화관 직원이 지나가는걸 보더니 주워달라고 했다. 바로 앞에 내가 있는데, 말 하면 어련히 주워주지 않을까. 별로 상관은 없었지만 좀 기분이 나빴다.
전 날 밤을 세서 그런지 영화 보는 중간중간 정신을 잃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고 몇초간 정신을 잃은 건 아니고, 극히 짧은-찰나같은- 순간이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광화문 씨네큐브'와 마찬가지로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기 전에는 영화관 내부의 전등을 켜지 않았다. 그 점은 무척 맘에 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 갈 때 몇 몇 사람들이 영화관을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렛 미 인' 전단지를 하나 챙겼다. 오늘부터 보는 영화는 전단지와 영화표를 파일철에 보관해두기로 했으므로.
분명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버스를 타고 집에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없이 걷다가 전철역까지 들어가 개표를 해버렸다. 다시 나갈 수도 없으니 이대로 집까지 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해변의 카프카'를 펼쳤다.
책을 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열차가 '시청'역에 도착했다. 나는 충동적으로 전철역을 빠져나와 명동까지 걸었다. 명동까지 가는 길에 남대문 지하도로 들어갔다. 왠지 그곳에서 죽는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MP3P에서는 '중경삼림' OST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남대문 지하도를 무사히 살아서 빠져나온 나는 261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옆자리에는 굉장히 맘에 드는 스타일의 여자분이 앉았다. 나는 잠시 말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이었다.
- 월요일~금요일
회사 - 집 - 회사 - 집 - ... - 회사 - 집

- 토요일~일요일
잠 - 잠 - 잠 - ... - 잠 - 밤샘(?)

참...한심하다 싶지만, 막상 주말이 되면 녹초가 되어버려서 계속 잠만 자다가 밥 시간 놓쳐서 밥은 챙겨먹지 못하고 또 잠만 잔다.
그러다가 자정 쯤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쓸모없이 시간만 떼우고 또 잠...
그러다보면 주말에 챙겨먹는 끼니라고는 고작 한끼니나 두끼니 정도...

이번 주말을 겪어보고 나니 드는 생각이.
'역시 사람은 뭔가 먹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
밥은 먹지 않고 잠만 자다보니 막상 일어나면 움직일 힘조차 없고, 이불 속에서 계속 있다보면 깊은 잠도 아니고 선잠에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제발, 이 생활은 여기서 끝냈으면 좋겠다. ;ㅡ;

이상하게 요새 여기저기 많이 다친다.
좀전에도 문틈에 발 뒷꿈치가 꼈는데 2cm정도 찢어져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_-
다행히 좀 전에 피가 멈춰서 좀 낫긴 한데 이거 신발은 어찌 신고다니라는건지;;
며칠전에도 다쳐서 집에서만 있다가 친구가 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증세가 더 악화됐었는데;
근데 다 늦은 새벽에(아침인가;;) 다치니까 참 난감하다.
내방엔 연고도 소독약도 아무것도 없으니...
달랑 밴드 하나 붙이긴 했는데 이것도 크기가 너무 작아서 상처부위에 끈끈한게 닿는다 -_-;
암튼 정신 좀 차려야지 이거 눈뜨고도 다치고 다니니 이거;;
어쨌든 결론은 상비약품 정도는 사놓고 사는게 좋을것 같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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